왜 그랬을까? 너무나도 무서운 엄청난 마음의 힘
국민학교 3학년 때 였다. 하교길에 보니 같은 학년 남학생 여서일곱명이 한 여자애를 빙빙 돌며 치마를 들추며 괴롭히고 있었다. 여자애는 사색이 되서 울고 있는데 주변을 지나가는 녀석들은 못본채 하고 지나들 가는게 아닌가? 나는 이것 저것 생각하지 않고 주변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는 그쪽으로 뛰어가서 여자애를 내 뒤에 숨기고는 남자애들을 막아섰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여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면 피가 솟구치는 성격인지라 아마 꼬마임에도 가슴 속에서 살기 같은게 뻗쳤으리라. 아무튼 나는 베잠방이에 양물 튀어 나오듯 그 녀석들에게 달여 들어 막대기를 휘두르며 여자애 한테는 "너는 샛길로 뛰어"라고 외쳤다. 거의 뭐 <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을 대신 해 깡패들과 맞서는 꼬마 이정재 같은 분위기였던것 같다. 그때 나를 둘러 싸고 있던 녀석들은 학교에서 운동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애들이었고 나는 그저 그런 쫌팽이 같은 애였는데... 신기하게도 그 애들이 나에게 덤비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중 3때 나를 괴롭히는 녀석이 있었다. 덩치가 크고 싸움도 잘 하는 녀석인데 나를 포함해서 주변 애들을 못살게 구는 왈패 같은 녀석이었다. 하루는 청소 시간에 무슨일인지 아무튼 그 녀석과 싸움을 하게 됐는데...결과는 물론 내가 뚜드려 맞았다. 거기까지는 괜챦은데.. 그 다음날 부터 더 놀리고 괴롭히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나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게 된다. 젓가락을 시멘트에 갈아 송곳처럼 뾰족하게 만든 후 가슴에 품고 다녔던 것이다. "한번만 더 괴롭혀 봐 씨바. 이 젓가락으로 배때기를 확 쑤셔준다." 나는 안다. 만일 그 녀석이 나를 괴롭혔으면 틀림없이 배때기를 쑤시고 소년원에 갔을 싸이코라는걸... 하지만 다행히도 그 녀석은 배에 구멍이 나지 않았고 나 역시 소년원에 가질 않았다. 희한하게 젓가락침을 품고 다닌 이후에는 그 녀석이 나를 봐도 슬슬 눈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랬을까?
군대에서 후임병들 괴롭히기로 소문난 악질 고참이 있었는데 재수없게도 같은 소대가 되고 말았다. 눈이 비열할만치 빤짝 빤짝 빛나는 고참이었는데.. 그 눈으로 후임병을 훓어 볼때면.. 마치 뱀이 먹잇감을 보는 듯한 전율에 휩싸이는 그런 공포감이 밀려들었다. 물론 나도 무지 맞았다. 원산폭격하고 있으면 군화발로 허리를 짓밟고, 일어나면 야삽으로 뚜드려 패고, 철모를 썼다고는 하지만 소총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강타 당하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그 고참에 대한 개인 정보를 듣게 됐는데... 집이 찢어지게 가난하고, 사고쳐서 여자랑 혼인신고도 못하고 사는데 아이가 죽었고.. 아무튼 굉장히 박복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얘기를 들은 다른 동기들은 "그렇게 되도 싸다 싸" 대충 이런 반응들이었는데... 나는 그날 부터 그 고참의 눈빛이 뱀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나중에는 그 고참이 가장 이뻐하는 후임병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왜 찌질한 꼬마에게 싸움 잘하는 패거리들은 덤비질 못했으며 학교에서 제일 싸움 잘하는 녀석이 내 눈을 피한 것은 왜 이며 가장 악질 고참이 나를 이뻐한 것은 어찌된 일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다 마음의 무서운 힘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한테 덤볐으면 진짜로 죽었을 것이라는 걸 그 깡패같은 녀석이 동물적인 직감으로 느낀 것이며 내가 진정으로 연민의 정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그 고참이 가슴으로 느꼈을 것이라는 얘기다.
오늘 1월 18일은 전두환 장군님의 80회 생신이셨다. 그래서 '이심전심(李心全心)'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나서 아카식 레코드에 저장된 오랜 추억들을 떠 올리게 됐다.
장군님 생신과 이심전심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이순자 여사가 심심하시면 전두환 장군도 심심하시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통하는 법이며... 어느 순간 확고부동하게 마음을 먹으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어진다는 뭐 그렇고 그런 얘기다...
살인마의 사주와 부처의 사주가 똑같고 조폭의 사주와 국회의원의 사주가 똑같다고 하니... 마음 한번 돌이키면 지옥이 극락되고, 극락이 지옥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은 얼굴도 잊혀지고 어디서 사는지도 모르는 친구지만 정말로 죽이려고 했던 그 친구에게 이렇게 나마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바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석가모니께서 영취산에 올라 설법을 하시는데 제자들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때 제자인 가섭이 빙그래 웃자 가섭에게 연꽃 한송이를 들어 마음을 전하셨다는 사자성어.
Written By Mulder (2010.01.18) 멀더의 오컬트 연구소 ( http://www.occultist.co.kr ) 네이버 명상 카페 오컬트 아쉬람 ( http://cafe.naver.com/occultmuld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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