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납량물의 여왕 구미호 <춘색호곡>
영화속 공포의 발견3 |
2006/11/10 20:14
|
|
|
|
춘색호곡(春色狐哭; 박윤교, 1981) 납량물의 여왕 구미호
모르긴 몰라도 여름용 납량특집에 등장했던 귀신들 중 최다 출연자를 꼽으라면 여우가 아닐까 싶다. 박윤교 감독의 춘색호곡(春色狐哭)이란 영화 또한 '봄날의 여우 울음 소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우를 등장시켜 여인의 한을 풀어 내려한 대표적 '여우 공포물'이라 할 수 있다.
(영화'춘색호곡' 중 한 장면. 복수를 하기 위해 재주를 넘으며 달려 가는 여우의 화신)
박윤교 감독이라고 하면 백골령의 마검(1969), 옥녀의 한(1971), 망령의 웨딩드레스(1981), 월하의 사미인곡(1985) 등을 연출한 우리나라 B급 호러의 대표적 감독으로서, 이 영화 '춘색호곡'은 신상옥 감독의 천년호(1969)를 1981년에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자신의 호위별장(扈衛別將)인 김무영(유영국)에게 뜨거운 연심을 품고 있는 금성옹주(박양례)는 타오르는 욕정을 참지 못해 그의 가정을 파괴할 악심을 품게 된다. 금성옹주는 김무영 별장의 하인을 매수하여 그의 아내 보옥(이미지)을 음탕한 여자로 몰아 쫓겨나가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애들까지 독살시키는 간악한 짓을 저지른다.
그러나 인연은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이란 말인가? 이런 끔찍한 일이 있기 몇 해전에 금성옹주가 궁궐의 병사들을 이끌고 여우 사냥을 나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옹주의 화살을 맞은 여우가 급하게 피해간 곳이 바로 별장의 아내 보옥이 치성을 드리는 장소였던 것이다. 비록 여우지만 상처입은 모습을 가엾게 여긴 보옥은 여우를 숨겨주고, 옹주가 산을 떠나자 은혜를 꼭 갚겠다는 말을 남기고 여우는 다시 산으로 돌아갔던 일이 있었다.
은혜를 갚겠다고 얘기한 여우는 자신의 은인이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자 금성옹주에게 복수도 할겸 밤마다 보옥의 몸으로 들어와 원수들을 처치하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다.
예고편에 나오는 "정염의 불꽃은 영원히 불타야 하는 것이기에..."라든지 "그녀는 과연 요부인가? 탕녀인가?"라는 당시 포스터 문구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방에서는 공포물이 에로물로 둔갑하여 상영되기도 했다. 주인을 배신한 두 종년과 종놈이 큰 항아리 속에서 벌이는 정사씬만 놓고 본다면 이색적인 토속 에로물이라고 해도 큰 하자는 없을 듯.
[작품정보] 원제: 춘색호곡(春色狐哭) 감독 : 박윤교 출연 : 이미지, 유영국, 박양례, 정세혁, 전숙, 김기종, 김민규 제작연도: 1981
(사진: 영화'춘색호곡' 중 한 장면. 흉계를 꾸민 의원에게 찾아가 복수를 하는 해골 망령)
[영화 속 오컬트 분석]
서양에 늑대인간이 있다면 동양에는 구미호가 있었다. 아무래도 과격한 이미지의 늑대 보다는 하늘거리는 자태의 여우가 동양인들에겐 더 매혹적이었으리라.
흔히들 '여우에게 홀렸다'고 하면 구미호(九尾狐)를 떠 올리지만, 구미호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요괴가 아니다. 오히려 神에 가까운 존재에 해당한다. 중국 육조(六朝)시대의 지괴(志怪; 귀신과 요물을 다룬 중국의 문학 형식) 중 하나인 '현중기(玄中記)'를 보면, 구미호는 다른 말로 천호(天狐)라고 하며 천년 동안 도를 닦아 아홉 개의 꼬리와 금색 털을 얻은 후 하늘의 부름을 받고 옥황상제의 비서 노릇을 한다고 나와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호조사(狐祖師)라고 하는 여우는 아예 신선술을 완전히 익혀서 여우로서는 최초로 신이 되기도 했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여우를 전담 관리하는 하늘의 직책도 있었는데, 이름하여 태산낭랑(泰山娘娘; 天仙娘娘)이라 했다. 태산낭랑은 여우들을 모아 놓고 1년에 한번씩 과거 시험처럼 학업 우수자를 뽑았는데, 여기에서 발탁된 여우를 생원(生員)이라 하고 떨어진 여우는 야호(野狐)라 했다 한다.
(그림: 게임 속 구미호의 캐릭터. 옛 문헌에서처럼 황금빛 털에 아홉개의 꼬리를 보이고 있다)
발탁된 생원 여우들은 인간으로 변신하는 법을 필사적으로 배우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일단 인간이 되면 신선으로 가는 1천년 동안의 수행 과정을 500년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며, 여기에 문장력까지 완벽하게 익히게 되면 300년이 더 단축되었다고 한다. 여우는 50년이 되면 여자로 변신할 수 있고, 100년이 되면 미녀나 무녀로 변신할 수 있다는 얘기도 전해져 온다.
이렇게 인간으로 변한 여우 중 역사에도 이름을 올린 여우가 있었으니, 중국 은(殷)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을 파멸로 몰고 간 '달기(妲己)'라는 여자다. '주왕'과 '달기'는 구리기둥에 기름을 발라 숯불 위에 걸쳐 놓고 죄인으로 하여금 그 위를 걷게 하여 미끄러져서 타 죽게 하는 형벌을 구경하면서 웃고 즐겼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를 간하는 충신 '비간(比干)'이 죽음을 당한 일도 달기의 교사(敎唆) 때문이라고 한다.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이 '주왕'을 토벌하였을 때 '달기'도 같이 죽였다 하나 도술을 익힌 '달기'가 쉽사리 죽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 일본 '에도 시대'의 이야기집 '회본삼국요부전(繪本三國妖婦傳)'이라는 책을 보면, 은나라에서 도망친 구미호 달기는 세월이 흐른 후 주(周)나라 마지막 왕인 '유왕(幽王)'의 첩 포사(褒似)로 다시 변하여 역시 나라를 멸망시키는데 일조를 했으며, 그후 인도를 거쳐 일본으로 들어가 '다마모노 마에(玉藻前)'라는 미녀로 변해 자신에게 푹 빠져있던 그 당시의 천황 '도바(鳥羽; 1107년 즉위)'를 병에 걸리게 한 후 음양사(陰陽師; 일본의 도사)들에 의해 살생석(殺生石)이라는 바위로 변했다고 전해진다.
(그림: 희대의 악녀 '달기'를 그린 중국의 민화. 달기의 뒷 배경으로 여우의 모습이 보인다)
'전설의 고향' 같은 드라마를 보면 구미호를 도사나 승려가 내 쫓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구미호 정도 되면 거의 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웬만한 능력의 도인이 아니면 퇴치할 수가 없다. 중국의 괴기 소설집인 '草堂筆記'에는 여우를 퇴치하러 갔던 도사가 자신이 상대할 여우가 천호임을 알고는 다시 돌아왔다는 얘기가 있으며, 여우 잡아내기로 유명한 도교 일파 정일교(正一敎)의 교주인 장천사(張天師)도 법력 높은 여우들에게 채찍으로 얻어맞고 도망간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이렇게 위세가 당당한 여우들도 당나라 이전까지는 '살쾡이 요괴'들에게 눌려 지냈는데, 점점 '천호'나 '호조사' 같은 신적 존재들이 여우 무리에서 등장하자 살쾡이들의 지위를 능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때로는 천대받고 때로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요괴들의 삶도 그들 나름대로는 인간 못지 않게 치열했음을 알 수 있다.
[오컬트 칼럼니스트 이한우 i33man@naver.com]
*이 글은 스포츠조선닷컴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모든 저작권은 www.occultist.co.kr에 있습니다
[참고문헌] 중국환상세계, 들녘, 시노다 고이치, 2000 봉신전설, 이상각, 들녘, 2000 몬스터 퇴치, 즈카사 후미오, 들녘, 2000 도교와 신선의 세계, 쿠보노리타다, 법인문화사, 1992 지괴(志怪)의 문학적 성격에 대한 고찰, 빈미정, 중국소설론총 제4집, 1995 도교의 신관, 서강대 석사논문, 양성정, 1995
|
|
|
태그 : 납량특집,
늑대인간,
다마모노,
달기,
망령,
박윤교,
백골령의 마검,
공포영화,
구미호,
귀신,
태산낭랑,
포사,
여우,
현중기,
오컬트,
호조사,
회본삼국요부전,
요괴,
음양사,
장천사,
전설의 고향,
주왕,
지괴,
천년호,
천호,
춘색호곡,
occult,
志怪 |
트랙백0 | 댓글6 |
|
|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 http://www.occultist.co.kr/tt/occult/trackback/38 |
|
|
|
|
| X파일에심취한후대학을우수한성적으로자퇴하고절에서'불목하니'노릇을하다비굴하게재입학한뒤겨우졸업장을따고사바세계로복귀했으나정신못차리다영성의길로대책없이들어선중생 |
«
2010/09
»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 26 |
27 |
28 |
29 |
30 |
|
|
|
|
Total : 470606
Today : 53
Yesterday : 15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