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윅의 마녀들 (George Miller, 1987) 섹스 트러블로 이혼한 아담
매드맥스 시리즈로 유명한 조지 밀러 감독이 마녀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여 만든 작품 이스트윅의 마녀(The Witches Of Eastwick; 1997)는, 그 출연진의 명성에 비해 이상하게도 국내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 자체도 재미나지만 잭 니콜슨, 미셸파이퍼, 수잔서랜든, 쉐어 등 한명 한명을 놓고 볼 때 한 배우만으로도 한편의 영화가 충분히 완성되어질 정도의 대 스타들이 총출동하고 있어 더욱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진: 영화 '이스트윅의 마녀들'에 나오는 세 주인공 마녀]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잭 니콜슨 특유의 느글느글한 웃음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마녀 3명을 동시에 유혹하는 악마 역할을 맡고 있는데, 머리가 벗어지고 잘 생기지도 않은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그 특유의 카리스마로 여성 관객들 마져 넋이 나가게 하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라고나 할까? 타고난 바람둥이 이미지에는 그만한 적격이 없을 듯 하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은퇴를 하고 느긋하게 노년을 보내기에 딱 좋을 듯한 한가로운 마을 이스트윅. 이곳에는 자신들이 마녀인 것을 전혀 모른채 살아가는 3명의 여자들이 살고 있다.
그녀들은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하는 등 나름대로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들 가고 있는데, 언젠가는 자신들을 구원해 줄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리라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녀들의 이런 마음을 알아챈 것 일까? 얼마 후 이 마을에 뉴욕으로부터 온 중년의 매력남-사실은 악마-가 대저택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외로움에 몸을 떠는 세 여인들을 동시에 유혹하게 된다.
여자들은 그의 천재성과 신비한 매력 그리고 불꽃같은 정열에 모두 얼이 빠지게 되고 점점 가까워지지만, 그 남자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마을 전체에 퍼지면서 멀리하게 된다.
하지만 악마가 그리 쉽게 먹이감을 놓칠리 만무하다. 자신을 배신한 이 3명의 여자에게 악마는 무시무시한 복수를 준비하게 되고 여자들은 그동안 몰랐던 자신들의 마력을 발휘하여 서로 힘을 합쳐 싸우기 시작한다.
잭니콜슨의 야성적 매력과 더불어 미쉘 파이퍼의 섹시함과 쉐어의 관능미, 수잔 서랜든의 지적인 면모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흡족한 코믹 공포물 되겠다. 1987년도 LA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할 정도로 어느 정도의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작품 정보] 원제: The Witches Of Eastwick(1987) 감독: George Miller 주연 : Jack Nicholson/ Cher)/ Susan Sarandon/ Michelle Pfeiffer
[사진: 영화'이스트윅의 마녀들'에서 농익은 바람둥이 악마 연기를 선보인 잭 니콜슨]
[영화 속 오컬트 분석]
사람들로 하여금 매혹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존재...마녀. 그 마녀는 역사에 언제부터 등장했던 것일까? 학자들의 여러 이견들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아담(Adam)의 부인이 그 시초였다는 것이 대다수의 중론이다. 아니...그렇다면 아담의 부인인 이브(Eve)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얘기지만, 사실 아담에게는 이브 이전에 부인이 한 명 더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릴리스(Lilith)로서 박쥐의 날개와 뱀의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이 긴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전해진다.
[사진: 수메르 지방에서 발견된 Lilith의 초기 원형 Lilitu(左). 올빼미와 사자를 거느리고 밤에 돌아다니며 남자를 유혹했다고 전해진다. 우측 그림은 John Collier의 1892년 작 Lilith 그림이다. 뱀과 관련된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유대교 전승(Kabbalah)에 따르면 아담이 아직 총각이었을 때 욕구를 풀길이 없어서 지나 다니는 동물들과 교접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질린 아담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릴리스를 완력으로 범하여 아내로 삼았는데, 서로 성격이 판이하게 틀린 이 두 인물은 곧 섹스 트러블을 일으키고 만다. 남성 상위냐 여성 상위냐의 체위 문제 때문이었다. 아담은 항상 릴리스의 위에서 하고 싶어 하고, 릴리스는 아담을 올라 타고 성행위를 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그 주도권 싸움은 결국 그들의 파국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아담을 만든 여호와 신 또한 약간 마초적인 성향이 있으셨던지 릴리스를 홍해로 내 쫓아 버리고는 아담에게 순종적이고 싹싹한 새 마누라를 만들어 주는데, 그녀가 바로 아담의 두 번째 부인인 이브였던 것이다. 둘 사이에는 성적으로 별 트러블이 없었는지 낙원에서 알콩달콩하게 잘 살았지만, 이에 앙심을 품은 릴리스는 이브를 유혹하여 선악과를 따먹게 해서 결국은 그들마져도 파멸로 몰고 갔다고 한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이렇게 무서운 법이다.
[그림: 아담과 만나 처음으로 교합을 하는 릴리스. 아담이 강제로 덮치는 모습이 역력하다(Lilian Broca作)]
한편 릴리스는 홍해에 보금자리를 튼 후 물 만난 고기 마냥 아담보다 힘 좋고 테크닉 좋은 여러 마물(魔物)들과 운우(雲雨)의 정을 나누게 되는데, 그때 생겨난 자식들이 몇 백명은 족히 되었다고 하니 가히 다산(多産)의 여왕이라 불리울만 하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녀의 이름 Lilith의 어원이 백합(Lily)이라는 사실이다. 백합은 예로부터 여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꽃으로 여겨져 왔는데, 릴리스(Lilith)의 이름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릴리스는 원래 가나안 지방의 여신이었는데 풍요와 번식을 주관하는 신으로 섬겨지고 있었으며, 그 성격은 대단히 자유분방할뿐만 아니라 호색한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호색한이라고 해서 나쁜 뜻의 의미는 아니었다.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가축의 다산(多産)은 그들의 생명 유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섹스를 좋아하는 여신의 등장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이사야書'에는 그녀를 '밤의 마녀'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쫓겨 난 후 여러 악마-괴물들과 음탕한 성의 향연을 벌이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자식들도 모두 요물들이 되었으니 마녀의 시초라는 누명을 쓰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인물도 없었으리라.
게다가 그 자식들 중 릴림(Lilim)이라는 딸은 지옥의 매춘부라고 불리워질 정도로 성직자들에게 혐오 대상 1순위였는데, 꿈속에서 남자들을 찾아와 여성 상위로 아주 혼을 빼 놓았다고 전해지며 그렇게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한 남자는 인간 여자와의 교합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어서 평생 성의 노예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림: 어둠의 마물들과 그 어머니 릴리스의 모습]
이러한 일련의 전설과 신화들은 악이 이 세상에 생겨난 원인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을 불합리성, 육체적 음란, 유한함 등을 대표하는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다. 억지로 눌러버린 여성의 힘이 언제 폭발할지 남자들은 내심으로 항상 두렵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막아야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여자들은 모두 남자들의 어머니요 누이들이다. 마녀로 전락한 그녀들이 하루 빨리 명예회복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컬트 칼럼니스트 이한우 i33man@naver.com]
*이 글은 스포츠조선닷컴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모든 저작권은 www.occultist.co.kr에 있습니다
[참고문헌] 판타지의 마족들, 다케루베 노부아키, 들녘, 2000 동물·괴물지·엠블럼 중세의 지식과 상징, 최정은, 휴머니스트, 2005 여신, 다카히라 나루미, 들녘, 2002 위선과 착각, 퍼트리샤 브로진스키, 시아출판사, 2004 에로틱한 발, 윌리엄 A. 로시, 그린비, 2002 성차별과 신학, R. R. 류터, 대한기독교서회, 2004 환수 드래곤, 소노자키 토루, 들녘,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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