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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과 신비동물학(Cryptozoology)
영화속 공포의 발견1 | 2006/08/2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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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과 신비동물학(Cryptozoology)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미지의 생명체들

한가로이 한강을 산책하는 시민들 사이에 매점을 운영하는 주인공 강두(송강호)가 쟁반에 오징어를 올려 놓고 배달을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웅성거리는 한떼의 사람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 강두 앞에는 한강 교각에 매달려 있는 이상한 물체가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얼마 뒤 그 괴물체는 사람들에게 달려와 무차별적인 살육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강두는 사랑하는 딸 현서(고아성)를 괴물에게 뺏기게 되고, 정부 당국에게 아직 딸이 살아있으니 구출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며 묵살당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아버지(변희봉), 남동생(박해일), 여동생(배두나)와 함께 딸을 구출하기로 결심한 강두. 불법 무기를 구입하여 출입 통제선이 설치된 한강을 넘게 된 강두의 가족은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나타난 괴물과 맞닥드린채 처절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괴물의 추억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한국영화의 질적 수준을 단번에 업그레이드 시킨 봉준호 감독이 이번에는 <괴물>이라는 작품으로 한국영화사에 또 하나의 신기원을 세웠다. 많은 분들이 보셔서 알고 있겠지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그야말로 진짜 ‘괴물’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 ‘괴물’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합동 분향소 장면)

봉감독의 말에 따르면 괴물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자신의 고등학교 때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당시 한강변에 살고 있었던 봉감독은, 어느날 우연히 잠실대교 위를 기어올라가는 괴물의 모습을 보았고 거기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외화 <X파일>에서나 나올 법한 그러한 괴생물체가 실제로 한강에서 튀어 나온다면 ‘얼마나 놀랍고 재미있을까’ 상상했다는 봉준호 감독. 말해봤자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그 목격담을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간직해오다가 드디어 20여년이 지난 2006년에 와서야 영화에서나마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한 소년이 겪은 '괴물의 추억'이 ‘위대한 현실’이 된것이다.

그런데 이런 봉준호 감독의 생각이 과연 영화 속에서만 나옴직한 일이라고 보시는가? 20년도 더 된 일인지라 그는 환영을 본듯하다고 말을 얼버무렸지만, 그가 괴물을 보지 않았다고 누가 과연 장담할 수 있겠는가.

■괴물은 살아 있다

1812년 고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프랑스의 조르지 퀴비에(1769~1832)는 동물학적 발견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을 했다. 더 이상 새로 찾을 생물이 없다는 소리였다. 허나, 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 발언이었단 말인가? 그는 그 선언을 함으로해서 자신이 얼마나 교만하고 우매한 학자인지를 전 세계에 대대손손 퍼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왜냐? 그의 말 같지도 않은 선언 이후로 수 천종의 새로운 동식물이 줄줄이 발견되었으며,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847년 아프리카에서는 새로운 유인원인 저지대 고릴라가 발견된 것을 필두로 1869년에는 그 유명한 자이언트 팬더가 티벳에서 발견되었으며, 1901년 콩고의 오카피(Okapi), 그 다음해에는 마운틴 고릴라, 1912년 인도네시아에서는 코모도 도마뱀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이에 질세라 1930년대에는 콩고 공작과 쿠프레이(Kouprey)가, 그리고 1938년에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6500만년전의 물고기 실러캔스가 살아 있는 채로 발견되었다.


(사진: 사람만한 실러캔스의 모습 )

지금에 와서 여기 열거한 생물들을 보면, 우리는 이 동물들이 매우 당연한 듯 여기게 된다. 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사슴을 잡아먹고 송아지를 한입에 삼키는 공룡같은 코모도 도마뱀이 있다고 얘길하면 머리가 살짝 간 사람 취급을 받았었다. 마치 한강 둔치에서 괴물을 본 봉준호 감독처럼 말이다. 

우리들의 이런 고정관념이 얼마나 근거없는 것인지는 다음의 통계 수치를 보면 잘 나와 있다. 학자들의 통계적 추정치에 의하면, 전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은 1300만 종 정도인데, 이 중에서 인간이 발견한 것은 고작 10%를 조금 상회하는 170만종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 90%는?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어디에서 무슨 괴물이 튀어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다. 자! 이런데도 봉준호 감독의 기억이 헛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신비 동물학의 등장

그런데 '고맙게도' 이런 '괴물'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있으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살면서 전설속에서나 나옴직한 동물들을 연구하는 신비동물학(Cryptozoology)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신비동물학의 기초를 닦은 양반은 벨기에의 학자 베르나르 외벨망(Bernard Heuvelmans; 1916-2001)인데, 1955년 그가 펴낸 Sur la piste des betes ignorees(미지의 동물을 찾아서)라는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자, 일반인은 물론 보수적인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그 첫 발단이었다. 그 4년 뒤 1959년 Cryptozoology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된 이후로 신비동물학은 체계를 갖추게 됐으며, 드디어 1982년 국제 신비동물학회(ISC)가 발족되기에 이르렀다.


(사진: 신비동물학의 아버지 ‘외벨망’ 교수의 생전 모습)

신비동물학이 정통 동물학에 비해 비과학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탐구의 영역 문제이지 정통성 논란으로 풀 문제는 아닌 것이다. 과연 영국의 네시(Nessi)나 백두산의 천지 괴물을 일반 동물학자들만의 힘으로 그 정체를 밝혀 낼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신비 동물학과 정통 동물학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할 영역이지 반목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올 선생이 늘 주장하는 얘기처럼, 한의와 양의를 애써서 구분 지을 필요가 없다는 맥락과 대동소이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에서는 괴물들이 고개를 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예를 들어 1995년 푸에르토리코의 작은 마을에서는 난데없는 흡혈귀 사건이 일어났었다. 그 흡혈 괴물의 이름은 추파카브라스(Chupacabras)로 불리워졌는데, 닭이나 염소를 닥치는 대로 피 빨아 죽이는 무시 무시한 괴물이었다. 배우 ‘리처드기어’ 주연의 영화로 다루어진 나방인간(Moth man)도 20세기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괴물이며, 예티(Yeti)나 사스콰치(Sasquatch) 같은 설인류(雪人類)는 아직도 신비에 쌓인 스타급 '괴물'들이다.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신비동물학이 외계 생물이나 괴물 종류만 찾아 다니는 학문이라 여기고 있는데, 그것이 옳은 말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우리들이 괴물이라 생각해온 미지의 생물을 학자들이 찾다 보니 새로운 종류의 동물로 주류 학계에 편입이 된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코모도 도마뱀의 경우가 그런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1926년 '런던타임즈'에는 '코모도 드래곤'이라는 괴물에 대한 기사가 실렸는데,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코모도 도마뱀의 공식 발견 기사였다. 큰 것은 몸길이가 4m에 육박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괴물'로 인식되어 오던 존재의 발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생물이 호주에서 관찰되고 있는데, 학자들은 그 생물을 메가래니아(Megalania)라고 부르고 있으며 몸길이 12m정도의 파충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정도 되면 몸무게만 1톤이 넘는, 그야말로 선사시대의 공룡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괴수이다. 몸집이 워낙 큰지라 조만간에 잡힐 것이라는게 학계의 중론이다. 만약 발견된다면 신비동물학계의 또 다른 쾌거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신비동물학도 엄연한 '과학'이다

이처럼 신비동물학은 일반적인 자연과학에 비해 환상적인 요소가 첨가되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사이비 과학이라 생각하고 있으나 기존의 틀과 다른 연구를 한다고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으며, 과학의 세계를 흑백논리로만 보는 것도 바른 자세가 아니다.

초자연적 현상을 부정하려면 현재의 과학지식이 완벽하다는 것을 증명 해야 하는데, 아인쉬타인이 아니라 그 할애비가 오더라도 그걸 증명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신비동물학자들은 주류 학계와 일반인들의 편견을 무릅쓰고 전설과 풍문을 따라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설령 그들이 인어(人魚)를 찾지 못하고, 불사조(Phoenix)를 발견 못하면 어떠랴. 진정한 과학이란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을.....

<신비 동물학>같은 열린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지 않는다면 미래에는 더 많은 생물들이 '괴물'처럼 숨어 살아야 할지 모르며, 결국에는 인간 자체가 괴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오컬트 칼럼니스트 이한우 i33man@naver.com]

*이 글은 스포츠조선닷컴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모든 저작권은
www.occultist.co.kr에 있습니다

[참고문헌]
http://www.cryptozoology.com/
http://www.anomalist.com/
http://www.lorencoleman.com/
신비동물원, 이인식, 김영사, 2001
환상 동물 사전, 구사노 다쿠미, 들녘, 2001
세계의 불가사의, 쇼지 센스이, 자작나무, 1998
세계 불가사의 백과, 콜린윌슨, 하서출판사,1992
충격의 고대문명, 찰스 셀리어, 한뜻,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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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변희봉, 공포영화, 봉준호, 괴물, 설인, 송강호, 신비동물, 신비동물학, 오컬트, 추파카브라스, 코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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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는 난봉꾼 <관속의 드라큘라>
영화속 공포의 발견1 | 2006/08/2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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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속의 드라큘라(1982, 이형표)

왜 여자는 드라큘라에게 끌리는 걸까?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승려는 역사적으로 해결사와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고 손에 사시미칼 들고 설치는 <시실리2km>의 임창정 부하 ‘땡중’을 연상하진 마시라. 어디까지나 그 대상은 귀신에게 시달림을 받는 민중들이었으니까. 즉, 승려나 절은 귀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일종의 해결사 같은 느낌으로 인식되어져 왔다는 소리다.

한국 고전-전설을 극화한 라디오극 <전설따라 삼천리>나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서도 원귀에 대항하여 승리를 거두는 것은 무속인 보다 승려의 비중이 훨씬 많았으며, 이것은 우리 민간 신앙에 있어서 백성들이 최후로 기댈 수 있는 <소도>요 안식처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추측컨데 특정 ‘나와바리’만 관리하는 조상신이나 산신 같은 지역구 신령 보다는 세상 모든 미물들에게까지 자비로운 미소를 뿜어내는 전국구 부처님이 민중들에게는 더 든든하게 여겨졌을 수도 있다. )


어찌됐건 유구한 세월동안 이 땅의 정신적인 치안을 담당하던 해결사 스님들도 이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신 듯 하다. 스님들의 퇴마 대상도 국제화 물결을 탔다고나 할까. 처녀귀신이나 구미호 등만 상대하다가 이제는 서양의 대표적인 귀신 드라큘라까지 상대하게 됐으니 말이다. 
1982년도에 제작된 공포 영화 '관속의 드라큘라(감독 이형표)'가 바로 그런 영화다. 하얀 소복이나 머리를 풀어 헤친 고전적인 귀신들만 상대하던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서양에서 건너온 드라큘라마져 제압하는 승려의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이전 작품에서 맛보지 못했던 문화적 충돌의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이색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이 작품에서 승려의 퇴마 장면이 짧다고는 하지만, 천주교의 신부가 들고 있던 십자가를 날려 버리고 드라큘라가 접근하는 순간 어디선가 혜성처럼 나타나서 염주로 드라큘라의 목을 누르는 장면은 가히 이 영화의 압권이라 할 정도로 관객들에게 대단한 임팩트를 던지고 있다.

영화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여자 주인공 성혜가 갑작스럽게 학업을 중단하고 무엇인가에 쫓기듯 귀국을 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녀에게는 장충한이라는 의사 약혼자가 있었는데, 그와의 결혼도 파기한 채 집안에 틀어 박혀 기이한 환영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장충한은 자신의 친구이자 천주교의 신부인 박신부를 병원으로 불러들여 그녀를 관찰하게 했는데, 박신부는 직감적으로 악령에게 씌였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녀에게 씌인 악령은 다름 아닌 드라큘라 백작이었던 것이다.

드라큘라는 몇백년 동안 먹어온 양식(洋食)이 질렸는지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의 신선한 피로 만든 선짓국을 맛보기 위해 입국, 차례 차례로 희생자를 늘여 가며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시작하고 박신부와 장충한은 드라큘라를 처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이미 성혜와 그의 미국 여자 친구마져 피를 빨려 흡혈귀로 변하게 되고, 최후의 순간 두 사람은 드라큘라들에게 둘러 싸여 죽음 일보 직전까지 다다르게 된다. 그때 어디선가 승려 한 분이 나타나 드라큘라를 공격하여 피를 토하며 죽게 만들고, 박신부와 장충한은 관속에 누워 있는 성혜의 가슴에 처참한 기분으로 나무 말뚝을 박아 버린다.

(드라큘라와 대적하는 승려의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여담으로 황당한 이야기를 한마디 하자면, 이 영화에서 드라큘라 역할을 맡은 사람은 정식 배우가 아니라 주한미군부대에서 2주간 휴가를 얻은 이름 모를 미군이었으며, 제작사는 이 사람을 드라큘라 전문 배우로 이름을 떨친 미국의 명배우 '크리스토퍼 리'라고 사기극을 펼쳐 세인들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에 도착한 직후 피를 구할 수 없어, 혈액은행에서 빼 돌린 수혈 주머니를 관 위에 앉아 쪽쪽 빨아 먹는 코믹한 장면을 '크리스토퍼 리'가 연기했으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을터이니, 이 정도면 사기극도 애교로 봐줘야 할 듯.

어떤 이들은 "영화 속에서 드라큘라들이 주로 사람을 꼬시는 장소가 그 당시 젊은이들의 해방구였던 디스코장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무분별한 서구적 가치관의 유입에 대한 감독의 위기 의식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뭐 그리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중간 중간 깜짝 놀라는 장면도 있지만, 상영 시간의 대부분을 아무 생각없이 깔깔거리며 볼 수 있는 독특한 한국 고전 공포물 되겠다.

[작품 정보]
감독: 이형표
출연: 켄 크리스토프, 강용석, 박지훈, 박양례, 킴버리 후드
제작: 1982년

[영화 속 오컬트 분석]

이 영화 <관속의 드라큘라>에서도 그렇고 다른 흡혈귀 영화를 봐도 그렇고, 여자들은 언제나 드라큘라를 거부하지 못하고 피를 빨리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영화 <드라큘라>와 브람 스토커의 원작 소설을 보면 피를 빨린 여인들이 드라큘라 백작의 곁에서 시중을 드는 모습이 묘사되고 있는데, 심지어 영화 <반헬싱>에서는 드라큘라의 신부라 불리워지는 여자 흡혈귀들이 백작과 교접을 하여 흡혈귀 아기들을 대량 생산(?)해내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드라큘라 백작이 남자로서 그렇게 잘해 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게다가 정실부인이 아니라  후처 노릇을 하는데도 비위를 맞춰가며 여자들이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적 상징으로 볼 때 드라큘라는 불로장생의 환상이며 무한의 권력을 소유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잠재의식의 표현이다. 게다가 기묘하고도 음침한 행위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두뇌를 가졌고 거기에 따르는 체력 역시 출중하다. 

한마디로 드라큘라는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여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성적 매력이 충만한 슈퍼맨적인 우상이며, 많은 남자들 역시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원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즉, 여자에게 있어 드라큘라는 남성적 매력의 최고 정점을 상징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양에서는 드라큘라를 찾아내려면 젊은 처녀를 흰색의 어린 암말 등에 태워 무덤을 가로지르게 한다는 얘기가 전해져 오는데, 이것 또한 드라큘라같이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에게 처녀성을 받치고픈 여자들의 성적 판타지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드라큘라의 이미지가 우리의 도깨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연세 드신 어른들은 흡혈귀를 '드라큘라'라고 하지 않고 '서양 도깨비'라고 칭한다. 단어가 어렵고 입에 잘 붙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른들의 이런 표현은 일견 그럴듯한 면을 가지고 있다. 둘 사이에 유사성이 그만큼 많다는 소리다.

어른들 말씀이나 설화를 보면 대개 도깨비는 부지깽이, 몽당비, 빨래 방망이, 절굿대 등에 피가 묻어서 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물건들의 공통점은 일단 여자들이 사용하는 물건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모두 길고 굵직해서 남자의 생식기와 매우 유사하게 생겨 먹었다. 또한 도깨비들이 들고 다니는 우툴두툴한 방망이는 그 자체의 이미지만 봐도 영락없는 '대물(大物) 남근(男根)'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변해서 힘도 쎄고 금은보화도 척척 가져다 주는 도깨비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여자들의 이상형, 바로 백마탄 왕자의 변형인 것이다.

생각해 보라. 대개의 남자들이 어디 도깨비의 발가락이라도 따라오는 재주를 지녔는가? 몽당비를 쓸며 내뱉는 아내의 푸념,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부지깽이를 놀리는 아내의 넋두리, 허리가 휘도록 절구질을 하며 한숨 짓는 남편의 무능, 바로 이러한 우리네 여인들의 한과 눈물의 결합체가 도깨비로 태어났던 것이다.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무능한 남편이 돈도 잘 벌어다 주고 밤일도 잘 해주는 남자로 변신하길 바랬던 것은 아닐까? 이것은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현상인데, 슈퍼맨 콤플렉스가 바로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남자들이 점점 위축되고 힘을 쓰지 못하는 세상이 온다면, 드라큘라와 도깨비만 더 신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관속의 드라큘라>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성혜도, 사실은 약혼자의 성적인 무능력이나 지나친 도덕적 결벽 같은 것에 싫증을 느껴 일부러 드라큘라를 찾아간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본다면 드라큘라 전설은, “남자인 너희들이 여자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무능하게 군다면 언제든 드라큘라 같은 존재를 찾아 떠날 것이다”라는 여인들의 무서운 경고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세상에서 올바르게 입증된 역사가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흡혈귀의 역사다."

여성 편력이 심했던 장자크 루소(Rousseau, Jean-Jacques, 1712~1778)가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하니 그도 어지간히 여자들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나 보다.

[오컬트 칼럼니스트 이한우 i33man@naver.com]

*이 글은 스포츠조선닷컴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모든 저작권은
www.occultist.co.kr에 있습니다

[참고문헌]
흡혈귀-잠들지 않는 전설, 장 마리니, 시공사, 1996
전율의 괴기인간, 다니엘 피아슨, 우주문명사, 1983
서정범『학원별곡』 범조사, 1986
퇴마록 해설집, 이우혁, 들녘, 1995
신비동물원, 이인식, 김영사, 2001
이성은 신화다(계몽의 변증법), 권용선, 그린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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